[조명가게] - 드라마 후기

2025. 1. 11. 20:07·리뷰/영화
목차
  1. 드라마 조명가게 감상문

드라마 조명가게 감상문

오랜만에 본 드라마

이번엔 영화가 아닌 드라마 "조명가게"를 봤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라는 형식이 더 좋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흐름이 끊기는 게 싫어서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영상을 온전히 즐기는 걸 선호한다.

이 드라마도 한 번에 몰아본 건 아니었다.
1~4화를 보고 1주일 뒤에 몇 편 더, 마지막 화는 2주 정도 지나서 봤다.
그래서인지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또렷하게 남아 있지는 않다.

 

무서움에서 감동으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계기는 인스타 스토리에서 한 지인이 극찬했던 걸 보고였던 것 같다.
기대 없이 봤는데, 2~3화까지는 진짜 공포영화 같았다.
방심한 상태에서 보니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쿄쿜

하지만 이후, 떡밥이 회수되면서 연출과 스토리에 감탄하게 됐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초반에 등장한 귀신(?)들이 단순한 공포의 존재가 아닌, 공감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주변 인물들의 태도를 통해, 감정의 층위가 얼마나 복잡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시선

나는 하고 싶은 걸 꽤 많이 해본 편이라, 지금 갑작스레 죽는다 해도 큰 미련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물론 하고 싶은 것도 여전히 많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고처럼 예고 없이 다가오는 재해는 내가 대비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억울하긴 하겠지만, 돌아보면 감사한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주라는 캐릭터가 떠올리게 한 과거

드라마 속 ‘현주’라는 인물은 엄마와 단둘이 살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표현하는 효녀다.
이 인물을 보며, 나도 내 과거를 떠올리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방황하며 1년을 혼자 살았다.
졸업식에도 부모님은 오지 않으셨고, 친구 부모님이 밥을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었겠지만, 그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는 정말 힘들었다.
해병대에서 원형탈모가 왔던 시절보다도 수십 배는 더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 시기를 통해 단단해졌지만, 부모님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많이 잃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올바른 방향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건, 고모와 할머니의 도움이 컸다. 항상 감사드린다.
지금은 부모님과 통화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지만, 그건 함께 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같이 산다면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날 것이고, 그 기억은 지금도 때때로 통화 중에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생각보다 내게 큰 스트레스였다.

 

타인을 내 기준으로 재단했던 시간

이런 배경 때문이었는지, 나는 마마걸, 마마보이 캐릭터를 보며 짜증을 냈던 과거가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내 자격지심이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시간이 길었기에, 다시 그 감정이 튀어나온 순간도 있었다.

얼마 전 부트캠프 수업을 마치고 야간 자율학습 후,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다.
한 팀원분이 부모님께 “데리러 와”라고 통화하는 걸 들었다.
처음엔 부모님한테 명령하는 어투로 말하는 것과 기사님도 아니고 혼자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곱씹을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얼마나 끈끈한 관계였기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오갔기에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 팀원분은 평소에도 예의 바르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분명 그 부모님도 걱정하는 마음으로 딸의 전화를 반가워하셨을 것이다.

 

나의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지금껏 내 배경에 맞춰 다른 사람들을 판단해왔다.
이게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지만, 타인을 완전히 내 배경과 별개로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일을 통해, 그 팀원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이러한 생각을 다시 상기시켜준 드라마와 팀원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분명 우리 부모님은 무심한 나보단 귀찮게 구는 자식을 더 원하실거다.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이 드라마는 공포를 가장한 휴먼 드라마였다.
그 안에서 나는 나의 과거, 부모님, 죽음,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됐다.
좋은 콘텐츠는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확실히 힘이 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작품을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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