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불안정한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영화 해피엔드는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정치적 갈등과 다문화 인종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사회를 그린다. 이 배경 속에서 고등학교 졸업반 친구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순수 일본인 유타, 대만 혼혈 밍, 세네갈 혼혈 톰, 그리고 재일 한국인 4세 코우. 이 네 친구는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며, 각자의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교장과의 대립, 그리고 감시체제
이야기의 전환점은 유타가 제안한 장난에서 시작된다. 유타와 코우는 권위적인 교장 선생님에 반항하여 그의 차를 세로로 세워놓는 장난을 친다. 이 일로 분노한 교장은 학교에 AI CCTV 감시체제를 도입하게 된다. 새로운 CCTV는 학교 곳곳에 설치되었고, 교칙 위반 시 벌점과 함께 교내 대형 모니터에 실시간 알람이 울리며 통제 사회의 축소판을 연출한다.
저항과 무관심, 엇갈리는 우정
이처럼 억압된 학교 시스템 속에서 두 친구는 서로 다른 길을 택한다. 재일 한국인인 코우는 점차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시위에 참가하며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유타는 낙천적인 태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EDM 음악에 몰입하며 체제를 외면한다. 이러한 모습에 코우는 유타를 철없다고 여기고, 둘 사이의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 장면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듯하다. 나 역시도 이러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유타와 코우의 관계는, 유치원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성인이 되어 가치관 차이로 멀어졌던 내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판단과 용기, 그리고 관계의 재조명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진정한 용기를 보인 것은 코우가 아닌 유타였다. 늘 무심한 듯 보였던 유타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권력에 맞서며, 우리는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받는다.
이 부분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관계를 재정의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일본 사회의 시선으로 본 재일 한국인
영화는 단순한 학원물이나 우정 이야기를 넘어서, 일본 사회 속 재일 한국인의 위치를 조명한다. 특히 교장과의 대치 장면에서 일본 학생들이 김밥을 먹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역사란 보는 시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이 영화는 일본인의 시선으로 재일 한국인을 바라보게 하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시각은 내가 알지 못했던 재일 한국인의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주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질문들을 품게 만들었다.
결론:
영화 참 좋았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음악을 류이치 사카모토님의 아들분이 만드셨다는데 특유의 분위기까지 만족하는 영화였다.
평점
★★★★ (4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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